환락가 가부키초, 일본의 속살을 쏘다

곽윤섭 2014. 04. 29
조회수 33159 추천수 0

권철 사진집 <가부키초>

16년 동안의 가부키초 기록...야쿠자에 잡혀 신변 위협도

해병대 저격수 출신 특이한 이력...터실터실한 현장 생생

 

kwon6.jpg » 가부키초, 코마극장 앞, 2012년

 

 권철의 사진집 <가부키초>가 나왔다. 이 책은 한국인 권철이 1994년 일본으로 건너가 사진을 배우던 1996년 봄 시부야에 있는 학교로 걸어가는 길에 마주친 장면을 보고 시작된 16년간의 기록이다. 사진집 28쪽에 그날의 상황이 기록되어있다.
“어느날 가부키초 지구대 앞에서 쇠파이프를 가진 야쿠자 20~30명이 패싸움을 하고 있는 장면과 맞닥뜨렸다.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무릎이 후들거려 가방 안에 있는 카메라를 꺼내 촬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거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중략) 이때부터 나는 가부키초를 사진 촬영의 ‘주전장’의 하나로 선택했다.”
 이 사진집은 2013년에 일본에서 먼저 나왔고 <2013년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이번에 다큐사진가 안해룡의 번역으로 눈빛에서 한글판이 나왔다. 책에는 권철이 쓴 ‘한국의 독자들에게’와 일본 논픽션 작가 우오즈미 아키라가 쓴 ‘내가 만나 본 가부키초 카메라맨 권철’, 역자 안해룡이 쓴 ‘가부키초에서 날아온 돌직구’가 사진 2백여장과 함께 들어있다.
 
 아시아 최대의 환락가로 불리는 가부키초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야쿠자, 호스트, 호스티스, 노숙자, 가출소녀, 취객 등의 인간군상이 또다른 군상인 경찰과 뒤섞여 밤을 이어가는 곳이 가부키초이니 이 사진집의 주요 등장인물도 그들이다. 밤이 되면 막이 열리는 환락가에서 야쿠자를 찍는 심정이 어떻겠는가. 당연히 그동안 야쿠자에 걸려 감금되기도 하고 경찰에 연행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16년을 버티려면 몰래 찍는 것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니 권철은 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사진을 찍어왔다. 한국에서 해병대 저격수로 복무했다는 이력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슈팅(Shooting)이란 낱말은 총과 카메라에 모두 쓰인다. 긴장 속에서도 떨리지 않아야한다는 점도 같고 쏘아서 뭔가를 잡아내는 것도 같다. 사진은 사냥의 속성을 지닌다.

 

kwon1.jpg » 99쪽

kwon2.jpg » 출연전 발성연습과 유연체조를 하는 무희들, 2008년 10월

kwon3.jpg » 2008년 10월

kwon4.jpg » 밤 늦게 귀가하지 않는 여학생들과 경찰, 2009년 8월

kwon5.jpg » 무전 취식자 체포, 2008년 7월     

 
 넓게 찍은 사진들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광각렌즈로 사람을 크게 찍으려면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만 한다는 것을 사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사진집을 보는 사람이야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지만 현장에서 셔터를 눌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다음 쪽으로 넘어갈 수 없다. 밤에 벌어지는 일들이 많으니 셔터속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왕자웨이감독의 <중경삼림>을 떠올리게 하는 거친 앵글과 느린 셔터가 사진들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사진집엔 적나라하고 가파른 삶의 현장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광장에는 아이도 있고 학생도 있고 관광객도 있다. 이들의 총집합이 <가부키초>를 형성한다. 책 후반부에선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를 다루고 있다. 불행 앞에선 남의 일이 아닌 것이 인지상정이다. 먼 나라 일본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권철의 시선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또 한편으로 어색하게 생각되는 것은 한국에선 이런 다큐멘터리사진을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다큐정신이 아닐 수 없다. 마침 4월 30일 저녁에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리는 <사진의 정체성을 찾아서-한국사진의 미래를 말하다> 다섯 번째 강사가 권철이다. 기대된다.                                                                                                 책구입 바로가기

 
 눈빛출판사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를 전문 옮긴다.
 

이 책은 아시아 최대의 환락가로 불리는 도쿄 신주쿠 구의 가부키초를 16년 동안 취재, 기록한 사진을 집대성한 사진집이다. 한국인 포토저널리스트 권철(47)은 1994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래 지금까지 가부키초를 카메라로 담아오고 있다. 1996년 야쿠자와 경찰 40~50명이 난투를 벌이는 것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욕망이 잘 드러나는 인간극장’인 가부키초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주요 피사체는 밤낮없이 되풀이해 벌어지는 야쿠자의 싸움, 사건사고, 경찰의 단속, 가출 소녀, 한때 번성했던 코마 극장, 한kwon01.jpg » 책 표지류 스타, 동일본대지진의 여파 등이다. 도심에서 살아가는 홈리스의 자녀에 관한 따뜻한 휴먼 다큐멘터리도 보이고 한인들의 모습도 있다. 그는 도둑촬영으로 오인 받지 않기 위해 늘 정정당당히 피사체 앞에 선다. 종종 야쿠자에 걸리거나 경찰에 신고되어 연행된 적도 있고, 야쿠자에 붙잡혀 빌딩 지하에 감금되는 등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런 가운데도 그동안 권철의 사진이 실리지 않는 일본의 주·월간지 매체는 거의 없다. 권철은 신규회원 가입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불리는 일본비주얼저널리스트협회(JVJA, 회원수 13명) 회원이기도 하다. 한국인으로서는 물론 최초다. 2013년 2월 일본에서 출간된 이 사진집 가부키초는 고단샤에서 주는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도 이 책을 일본의 속살을 보여주는 사진집으로 인정한 셈이다.
 권철은 마냥 가부키초만 찍는 게 아니다. 가부키초에서 사진 찍어서 번 수입으로 한센병, 우토로 한인거주지역, 재일조선학교, 탈북자 등 한국인으로서 그가 관심 있는 테마를 계속 취재해 오고 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사진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그의 집념과 열정이 보여준다.
 이 사진집은 일본의 대표적인 도심 환락가인 가부키초의 모습을 통하여 오늘의 일본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를 심도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메트로폴리탄의 한 지역을 통하여 대부분 도시에서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또한 예술사진 일변도의 한국사진계에 포토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사진은 무엇이고 사진가의 작가정신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카메라는 총만큼이나 무서운 것이다.
 
 2014년 3월
 눈빛출판사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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