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눈과 보는 눈, 틈새

곽윤섭 2014. 04. 16
조회수 26252 추천수 0

시각장애인 사진가 사진전

 

전시 - 관음, 그리고 강박적 집착 02.JPG » 관음, 그리고 강박적 집착

 

 

 파란만장한 삶이란 것이 무엇일까. 어떤 이의 자서전이나 수기를 읽고 그 파란만장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자유인으로 살다가 느닷없이 납치당해 12년간 노예생활을 한 솔로몬 노섭의 <노예12년>은 생생한 기록이라서 마구 분노가 치밀어오르기도 했지만 과연 주인공의 심정을 내가 얼마나 절실하게 공감할 수 있을까. 비록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고문의 무서움은 전달되었지만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직접 당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 고통과 공포를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면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어떻게 알겠는가? 가끔 산책길에서 전방에 아무런 방해물도 없다는 것을 여러번 확인하고 난 다음에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걸어볼라고 치면 마음속으로 하나에서 열까지 세다가도 금방 눈을 뜨게 된다. 익숙지 않은 불안감이 온몸으로 다가온다.
 
인천 배다리지역의 3개 전시관에서 시각장애인 사진인을 초대하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가 23일까지라 소개하는 마음이 급하다. 
 

 

    김태훈개인전  (사진공간 배다리)
 
 김현수, 인천혜광학교 세 번째 단체전  (아벨전시관)
 
 김준범 김영빈 2인전  (띠 갤러리)


 김태훈작가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청소년기를 방황하면서 보냈다고 한다.
 =자세히 밝힐 것은 아니지만 아주 어렸을 때 여동생이 죽었다. 나도 어렸으니 그 사실을 몰랐는데 친척 모임에서 뒤늦게 알게 되자 매우 힘들었다. 사춘기이기도 했고. 경찰서, 구치소를 들락거렸다.
 
 -여러 활동을 했다고 들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대기업에서 일한 적도 있었고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기 않지만 경제지에 전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이텔의 애완동물 동호회에서 알게 된 수의사와 함께 고라니 등을 구조하는 동물보호가로 일하기도 했다. 또한 아는 수녀님이 “쇼핑몰 사진을 가르쳐달라”라고 하시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미혼모들이 온라인 창업을 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니 직업여성들이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임신하게 되어 업소에서 나오게 된 여성들인데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성당에서 자본을 대주고 창업을 거들어 주는 내용이더라. 그 여성들에게 직접 사진을 가르쳤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려달라.
 =가르친다기보다는 (그 여성들은) 정신적 상처가 너무 컸는데 찍고 찍히고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조금이라도 치유가 되었을 것이다. 찍힌 사진을 보면서 “아 내가 이렇구나”라고 느끼면서 스스로 상처를 다독거리더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진캠프 ‘포토케어’도 해왔다.
 -시력은 어떻게 잃게 되었나?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뇌를 다쳤는데 이게 뇌의 신경을 건드려서 왼쪽은 실명한 상태이고 오른쪽은 가변시력, 특이시력 상태다. 아주 좋은 조건이면 0.6까지 나오지만 조금이라도 날씨나 몸이 좋지 않으면 전맹이 된다. 이게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힘들다. 사실 그런게 힘든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작년까지 일본인이 후원해줘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김태훈의 현 상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인이 직접 써서 보낸 <이번 전시의 의미>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네 가지 테마로 준비되었는데 하나는 성도착 관음증과 강박적 집착증에 관한 것이다. 그 소재가 특이하니 미리 짐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하나의 테마는 욕망이다. 6월에 개봉할 예정인 영화 ‘소녀무덤’에도 출연하는 배우 김로사씨가 모델이다. 다음 테마는 <스탠드 얼론 콤플렉스(stand alone complex)>로 또다른 재능기부 모델 남유정씨가 동참했다. 마지막 테마는 <데드 올 페인(dead or pail)>으로 작가 김태훈이 스마트폰만으로 촬영한 연작이다. 김태훈은 “한 장씩 뜯어볼 일이 아니라 전체를 다 읽어야 이야기가 보일 것”이라고 했다.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했는지 그 방식과 이야기를 관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으로 9번째 전시를 여는 김태훈의 사진은 만만치 않다. 뭔가 풀어내고 싶으나 아래에 있는 작가노트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므로 멈추겠다. 꼭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여기 소개하는 사진만으로 김태훈의 작업을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반드시 전시장에 가서 봐야 한다.

 

전시 - 관음, 그리고 강박적 집착 05.JPG » 관음, 그리고 강박적 집착

전시 - 관음, 그리고 강박적 집착 06.JPG » 관음, 그리고 강박적 집착

전시 - 욕망 01.JPG » 욕망

전시 - 욕망 02.JPG » 욕망

전시 - 욕망 06.JPG » 욕망      


 

작가노트/김태훈


 
 장애를 가진 후 이번이 9번째 전시입니다.
 
 9번의 전시기간동안 많은 에피소드로 관람객과 제 자신을 감동시킨 모든 전시가 대성공이었다고 자화자찬할 유익한 전시들이었습니다.
 
 2010년의 전시에선 현재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전시중인 기획전의 동료 작가인 김영빈, 김준범 2명의 시각장애 사진작가를 양성했으며, 11년동안 집밖 활동을 거부했던 마약중독 환자를 집밖으로 나와 현재 많은 사회적 활동과 자활을 이루어내고 2012년부터 13년까지 5회에 걸쳐 나누어 진행된 memories는 전시 기간 중 가출 이후 어머니와 한번도 연락하지 못했었다며,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어머님께 전화하는 남자분을 뵙는 등 전시에 임함에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후회가 없었습니다.
 
 허나, 그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전시를 통하여 분명 후원을 받고 찬사와 초청도 많이 받았습니다.  허나 이 모든 후원과 찬사와 초청이 일본인들에게서만 왔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큽니다.
 
 이번 전시 이후에 몇 번의 전시를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케팅사의 독단인지 모르겠으나 매번 전시나 촬영에 후원을 약속했다 마지막에 무슨 이유인지 취소하는 바람에 계약금만 날릴 일이 수차례이며, 사회적 기업을 겸한 시각장애 사진작가 협회 구성을 위해 스튜디오 설립 계약 약속까지 한 이후 약속을 저버린 일 또한 수차례, 이젠 제겐 약 3400여만원의 빚만 남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찍는다는 퍼포먼스의 구걸은 관심이 없습니다.
 화자로서 청자에게 사진으로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가 들린다면…. 외면하진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뉴스거리가 되기 위해 약속했다 저버리는 그런 희망고문도 이젠 지칩니다.  작년 일본의 후원회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산하기 전까지 꾸준히 권유받았던 일본인으로의 귀화와 일본내 스튜디오와 아파트, 활동비 후원의 권유가 얼마나 달콤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비상업 사진만으로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겠지만, 정안인(두 눈이 정상인 사람들)의 사진들만큼 판단해주시고, 그들만큼의 대접과 기회는 주었으면 합니다. 
 “시각장애인이니까 사진찍는 퍼포먼스만 하면 되고, 그 시각장애인은 누가 보든 장애인으로 보이면 되는 것이다.” 라는 것은 동물원의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던져주며 잘 조련하는 것 이하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서도 활동하며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는 다른 시각장애 사진작가들을 바라볼 때, 그리고 사진에 글과 이야기가 없는 그저 퍼포먼스로 찍었다고 자신조차 인정하는…. 하나 단지 외국인이기에 초청받아 후원받고 박수갈채를 받는 이런 모순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리 눈을 더 멀게 하고 심장을 차갑게만 만듭니다.
 
 우리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전시 - dead or pain 01.jpg » dead or pain

전시 - dead or pain 03.jpg » dead or pain

전시 - dead or pain 05.jpg » dead or pain

전시 - dead or pain 08.jpg » dead or pain

전시 - dead or pain 10.jpg » dead or pain

전시 - dead or pain 13.jpg » dead or pain

전시 - dead or pain 14.jpg » dead or pain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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