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렌즈 사이,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

곽윤섭 2013. 10. 14
조회수 7021 추천수 0

 

시선에 반대한다 해석에 반대한다

 

 

14.jpg » ⓒ Yisook Sohn, Against the Eyes

 

 

 손이숙의 개인전 ‘Against the Eye’가 사이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사이아트갤러리(02-3141-8842) 는 서울지하철 안국역 1번출구에서 윤보선길을 따라 걸으면 2분거리에 있다.
 손이숙작가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작가에 따르면 원래 전시의 제목을 ‘눈의 백일몽’으로 하려고 했으나 너무 몽환적으로 보인다는 주변의 지적에 따라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Against the Eyes)’로 바꿨다고 한다. 영어를 가급적 쓰지 않으려는 한겨레의 입장에 따라 우리말로 옮겨보려했다. ‘시선에 반대한다’ 혹은 ‘시선에 반하여’ 정도 되겠다. 그렇지만 전시제목은 번역할 일이 아니라서 그냥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로 둔다.  
 
 손작가는 2005년 대학원에 다니면서 사진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사진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2009년에 ‘마담 C’ 로 첫 개인전을 했고 2013년 초에 ‘I See’ 로 두 번째 전시를 하긴 했으므로 이번 전시는 세 번째 개인전이긴 하지만 이번 전시 안에 ‘I See’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손작가의 사진을 먼저 보고 이 글을 읽을 것을 권한다. 사진전시장에 붙는 모든 글들은 사진을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어떤 식의 글이든 그저 사진의 감상과 이해를 도와주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사진을 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내용을 글에 심어두는 것은 사진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렇게 글을 쓰고 싶다면 차라리 사진전이 아니라 글 전시를 해야할 것이다. 물론 시든 수필이든 단문이든 글과 사진의 병렬배치를 통해 제3의 가치를 탄생시키려는 시도는 예외다. 지금 말하고 있는 ‘글’이란 작가노트, 전시기획사의 서문, 사진평같은 것을 말한다.
 
 날이 갈수록 작가들이 글을 잘 쓰는 바람에 작가노트를 읽는 소소한 재미가 생겼다.
 누구는 현학적으로 누구는 친절하게 누구는 독백하듯 또 누구는 가르치듯 쓴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데는 모두 개성이 있으므로 뭐랄 수가 없지만 대신 나는 취향이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글의 말미에 손이숙의 작가노트를 전문 소개할 것이니 각자 판단하기 바란다.
 
 이제 사진에 대해서 이야길 해보자. 모든 사진이 투명하고 고요하다. 사람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그런 거 상관없이 적막강산으로 보이게 찍었다. 어느 사진 할 것없이 셔터를 누른 이후엔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제처럼 보였던 펠리컨은 살아있는 녀석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나자 다른 사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작가는 이번 사진들이 “보는 것과 보여지길 원하는 것들과의 간극을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번 전시의 사진들도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없는 풍경도 보이다가 그 풍경에 사람이 든 사진도 있고 하니 무슨 시리즈냐고 한다. 찍는 대상 혹은 소재라고  표현할 것의 일관성을 찾아보려는 관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전시는 그게 아니고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것, 즉 작가의 시선이 어떤 것인가에 주목해서 봐야 한다. 존재하는 세상과 나 사이에 간섭이 있기 때문에 보는 것과 다르게 찍힌다. 다시 말해 사람의 눈이 간섭을 일으켰다. 카메라는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점 무늬가 있는 투명한 비닐이 보이는 작품이 몇 있다. 거울, 유리창, 비닐 등을 통해서 찍은 사진과 방식을 같이하려고 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성모상을 싸고 있는 비닐은 작가가 설치한 것이 아닌데 동상앞에 보이는 분홍빛 하트무늬의 비닐은 작가가 카메라 앞에 놓고 찍은 것이다.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자는 뜻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대상을 서로 다르게 본다. 나는 자신을 설치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비닐은 준비해 다니고 있던 소품이다. 의도에 따라 다르게 보기 위해 렌즈 앞에 비닐을 대고 찍었다. 문방구 가면 몇 백원에 살 수 있는 허접한, 아나로그적인 소품이다.”
 그래도 흔쾌하게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시선에서 작업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손작가는 친절하게 답변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찍은 사진의 대상, 콜라병, 공사장, 건물, 바닷가 등 모든 것이 다 불변의 것은 아니다. 존재는 영원하지 않다.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됐다고 봐주면 고맙겠다.”
 
 사진을 하나씩 보면서 뭘 찍은 사진이며 어떻게 보이는지 판단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관전포인트다. 수영장은 수영장으로 보이는가? 맥도널드 가게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사진은 실제로 보이는가, 세트장으로 보이는가? 성모상은 경건하게 보이는가, 아니면….
 노란 호스가 쏟아놓은 물의 흔적은 또 뭐로 보이는가? 사실 이런 접근의 관전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관전법은 “왜 작가는 모든 대상을 이렇게 모호하게 보이도록 찍었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 안에 작가의 시선과 창작의도와 답이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한국에서 찍은 것이고 미국, 중국, 일본의 작품도 간혹 있다.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의 사진들로 100여 곳에서 찍었는데 그 중에서 이번 전시엔 크고 작은 30여 점이 걸린다.

 

1.jpg » ⓒ Yisook Sohn, Against the Eyes

 

 

2.jpg » ⓒ Yisook Sohn, Against the Eyes

 

4.jpg » ⓒ Yisook Sohn, Against the Eyes

 

 

5.jpg » ⓒ Yisook Sohn, Against the Eyes

 

 

7.jpg » ⓒ Yisook Sohn, Against the Eyes

 

 

6.jpg » ⓒ Yisook Sohn, Against the Eyes

 

 

13.jpg » ⓒ Yisook Sohn, Against the Eyes  

 

 

  

작가노트/ 손이숙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Against the Eyes)
 <Against the Eyes>는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는 실제 세계의 모호한 공간을 기록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저 세상이 정말로 보이는 그대로인가? 우리는 이 세계를 진정한 의미에서 보고 있는 것일까? 눈앞에 있는 세상이 아무리 그럴 듯해도 내 눈에는 도무지 견고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환경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연출된 무대같다. 무엇처럼 보이는 모호한 것들이다.
 보암직하고 먹음직했던 사과는 그런 것 같았을 뿐이다. ‘무엇 같은 것’은 바로 그 ‘무엇’과 동의어는 아니다. 어떤 사물을 실제로서 즉, 그 무엇으로 보려는 우리의 표상적 태도 속에 이미 거기에 있었던 그 무엇’이라는 실재의 문제가 드러난다. 나는 종종 이것인데 저것인 줄 알고 보고 있거나, 때로는 그 반대로 보곤 한다. 있었던 ‘실재 세계’와 ‘해석된 실제 세계’사이에는 틈이 있다. 명백하게 눈앞에 있는 저 세계와 그것을 실재하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의 시선 사이에 허위도 존재하는 양식 중 하나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진짜도 가짜도 아닌,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사이의 애매함과 경계를 가로지르며 세상은 나에게 다가온다. 실제와 환영은 일대일 대응 관계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겹쳐 있다. 그 겹침이 내가 보는 세상의 현실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말은 전달하는 방법과 대상이 하나라는 레지스 드브레의 말과 일맥상통하므로 사진이라는 이미지 매체는 이 지점에서 도움이 된다. 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것은 나에게 무엇으로 보인 ‘실제’였는데 사진에 기록된 것은 이미지인 ‘환영’이다. 사진은 실제와 환영의 겹침을 경험하게 한다.
 사진은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이 아니다. 사실과 실제를 결정하는 것은 다만 보는 사람의 몫일 뿐이다.
 <Against the Eyes> 작업은 그 둘 사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라 감상자의 수용 태도에 의해 나오는 불규칙적인 내러티브, 즉 본다는 것의 모호한 결을 드러내고 있다. 반영, 거울, 유리의 반사를 이용하거나 때로는 도트 무늬가 있는 투명 비닐 같은 아날로그적인 소품을 렌즈 앞에 두고 촬영한 것도 있지만 컴퓨터 조작을 거치지 않은 채 모두 거기에 있는 것들을 찍었다. 연출이 아닌데도 연출처럼 보이는 애매한 공간을 촬영하거나 살아있는 것인데 죽은 것처럼 보이는 사물, 혹은 그와 반대의 이미지들, 개념적으로 허위로 보이는 대상을 선택하여 존재하고 있는 ‘실재’와 ‘보여지는 실제’사이의 틈을 가시화하였다. 이것과 저것 사이의 레이어를 드러내거나 하나로 겹치기도 하면서 나는 결국 익숙한 우리의 시각적 습관을 벗어나 보는 시각적 놀이를 지속한 것은 아닐까?
 소설 <플랫랜드>에서 2차원의 직선은 3차원에서 온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위와 아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3차원의 ‘공간’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2차원의 ‘선’에서 나와야 한다. 고착되어 있는 바라봄을 떠나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진을 매개로 하여 세상이 보여주는 것에 회의하면서, 거기에 있었던 것을 그 무엇이라고 확정적으로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넘어서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안해보는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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