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거나 도도하거나

곽윤섭 2013.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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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사진가 4인의 고양이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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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한 사원에서 고양이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중에서도 모자이크 장식 타일의 오색찬란함을 카리스마로 제압하던 검은 고양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고양이들을 만나는 건 어느새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태국, 방콕_2012/신승열

 

 

 

 9월 9일은 고양이의 날이었다. 짐작대로 9란 숫자는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에서 출발했으나 “고양이는 요물”이란 뜻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으라는 의미에서 아홉 구, 오랠 구의 음을 따서 정한 날짜라고 한다. 고양이의 날을 기념하는 사진전 ‘고양이를 여행하다’가 안국동 W스테이지에서 열리고 있다. 9월 30일까지. W스테이지는 서울 지하철 안국역 1번출구에서 가깝다. (추석연휴는 휴관)

 고양이 사진을 전시하는 이유는 눈에 선하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고양이를 잘 찍는 사람들도 꽤 많다. 사진마을에도 몇 번 소개했다.
 2008년 홍대 앞에서 열렸던 ‘냥겔’의 사진전을 소개한 적이 있고 2009년엔 찰카기 김하연을 소개했다.  그는 고양이외에 다른 대상도 찍지만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사람이고 오랫동안 길고양이를 찍어왔다.
 
 이번 전시에는 4명의 작가가 동참했다. 고경원, 그사람, 신승열, 임한나. 이 4명의 작가가 세계 19개국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 40여점이 전시된다. 대부분이 길고양이로 보이는데 임한나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찍은 고양이는 배낭여행자의 배낭위에 자리 잡고 있으니 길냥이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다. 다만 오래전(1980년대 후반인가)에 봤던 ‘왓츠 마이클(What‘s michael/고바야시 마코토)’이란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영상의 기억이 강렬하므로 고양이에 대해 조금 안다. 물론 만화는 만화이니 실제 고양이들이 주인공 마이클와는 다르게 민망한 상황이라도 일어나서 두 다리로 춤을 추지는 않는다는 것도 안다. 대체로 고양이들은 같이 사는 사람들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고 동거인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란 표현이 더 적확하다는데도 동의한다. 또 생각하면 역시 오래전에 읽었던 제프리 아처의 단편소설 ‘아주 좋은 친구’에 등장하는 주인공 고양이도 떠오른다. 이 정도면 고양이는 어떤 동물인지 아주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다.
 
 4명 작가의 고양이 사진은 품위있거나 도도하거나 우아하거나 호기심 가득하다. 그렇지 않은 녀석들도 많이 만났겠지만 이런 사진들만 선택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찍은 이들의 고양이 사랑이 절로 전달이 된다. 4명 작가들의 공통점은 뚜벅이라는데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여행을 멀리할 까닭이 없으니 공연한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이번 전시가 길위의 고양이라는 점에서 한마디 하는 것이다. 여행자들이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이니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사진을 찍은 이들과 찍힌 고양이 사이의 교감이 보이는 사진이 많다. 물론 카메라를 모른채 (어쩌면 실제로 안중에도 없어서) 외면하면서 도도한 격을 지키는 고양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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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의 우드랜드 공원묘지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죽음 이후의 평안한 세계가 존재한다면 이곳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으리라. 묘지를 거닐며 나를 이끌던 고양이가 잠시 눌러앉아 쉬는 동안, 나도 함께 쉬어간다.

스웨덴, 우드랜드 공원묘지_2010/고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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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반려견 묘지. 이름 탓에 개의 무덤만 있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다양한 동물들이 잠들어 있다. 동물의 생전 모습을 기리는 비석 사이에서 마음을 끄는 건 역시 고양이의 무덤. 고양이가 가장 사랑스러웠던 순간이 비석 속에 영원히 남아 마음을 짠하게 한다.

프랑스, 파리 반려견 묘지_2010/고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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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고양이 마을’ 허우퉁. 역사 입구에서부터 고양이 역무원이 뚜벅뚜벅 마중 나온다. 쇠락해가던 폐광마을 허우퉁은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의 협업으로 길고양이 중성화수술과 치료지원 등을 꾸준히 실시했고, 고양이 캐릭터를 내세우며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을 시험하는 특별한 동네로 자리매김했다.

타이완, 신베이 시 허우퉁 역_2012/고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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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카시라 공원 입구의 고양이. 이 녀석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내가 하는 고민이 너무 사소하게 느껴진다. 표정이 모든 것을 달관한 것 같은 느낌.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오늘이 좋으면 그뿐이라고.

일본, 도쿄 키치조지_2007/ 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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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아이노시마에서 만난 고양이. 녀석의 시선 끝에는 갈색 고양이가 제방으로 올라오고 있다. 고양이들의 일상은 호기심과 귀찮음의 연속이다. 호기심이 귀찮음을 이길 때는 움직이고, 그렇지 못할 때는 그냥 앉아서 바라만 볼 뿐, 대부분은 귀찮음이 이기는 듯하다.

일본, 후쿠오카 아이노시마_2011/ 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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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울하면 동물들은 그 감정을 재빨리 알아차린다. 그리곤 다가온다. 말을 건넬 수도 없는 이 녀석들이 사람을 케어해 주는 방법은 그저 옆에 있어주기. 놀라울 만큼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고양이의 애교는 놀라울 만큼 다양하다.

그리스, 크레타 하니아_2013/ 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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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모든 곳에서 고양이를 만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해발 3,650미터가 넘는 고원에서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간이 발전기로 불을 밝히는 숙소에서는 밤 10시 무렵이면 소등을 해 버렸다. 말 그대로 오지. 그런 곳에서도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볼리비아, 우유니_2009/ 신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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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만 보면 나도 모르게 ‘네로’라는 이름이 불쑥 떠오른다. 이집트와 바티칸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 네로를 만났다. 세상 모든 고양이가 다 예쁘지만, 분홍색 벽 앞에 살포시 앉아 있던 네로는 데려가고 싶은 충동마저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 베네치아_2009/신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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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코란 소리, 어지럽게 흩어진 아랍어 책들, 백년은 되어 보이는 회색 돌벽, 정신없이 날개를 푸드덕거리는 닭과 오리들, 한가롭게 거리 바깥 의자에 앉아 차이를 마시는 노인들. 그리고…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길고양이 한 마리.

이집트, 카이로 올드 타운_2007/임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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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손자국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 할리우드 거리. 어라, 저것은? 배낭여행자의 커다란 배낭 위에 살아있는 고양이가 앉아 있다. 내가 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이자 그녀는 웃으면서 고양이를 땅에 내려주고 물을 먹인다. 개성 강한 그녀의 개성 강한 고양이. 환상의 콤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_2005/임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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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의 레콜레타 묘지는 1882년 개설된 유서 깊은 묘지다. 역대 대통령 13명을 비롯한 유명인사와 에바 페론 등 다수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유명인사의 무덤을 피해 한가한 곳으로 가 보면 어김없이 무덤 사이에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이곳은 그 아이들의 스위트홈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_2006/임한나

 

 

 

 
 고경원 www.catstory.kr
 고양이 전문작가, ‘고양이의 날’ 전시기획자. 저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2007), 일본 고양이 여행기 ‘고양이, 만cat001.jpg나러 갑니다’ (2010),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2013) 등. 
 
 그사람 www.gsaram.com
 아련한 감성을 담은 ‘로모 사진’ 열풍을 불러온 로모그래퍼. 2001년부터 ‘그사람’이라는 필명으로 사진작업. 저서로 ‘아날로그에 담는 자유, 로’ (2007).
 
 신승열 www.sunnyway.kr
 여행 작가. 저서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2011)


 임한나
 여행 작가. 현재 ‘세계 동물 생태여행’을 주제로 한 단행본을 집필 중.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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