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사진 뒤집어보기]
지난 1일치 각 신문의 사회면에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새단장 작업의 사진이 실렸다. 2012년 4월 작업 이후 1년 만이다. 1년 사이에 대기오염물질, 비, 눈 등으로 더럽혀지고 코팅이 벗겨진 부분을 깨끗이 닦아내고 코팅을 새로 하는 작업이다. 세종대왕은 이 나라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 순위권에서 늘 상위를 기록하는 위인이며 그의 동상이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우뚝 서있는 것은 상징적인 일이다. 국가적인 기념물이 어떤 곳에 설치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한글창제를 비롯해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이 많다. 조선왕조 내내 그리고 건국이후로도 모든 국민들이 존경하는 인물이니 광화문을 지날 때마다 세종대왕에 대해 한번씩 생각하게 한다는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다. 또한 광화문대로와 광장을 지키고 서있다는 것은 국가의 심장부를 지키고 서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보자면 외국관광객들에겐 하나의 랜드마크로도 기능한다. 서울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대왕의 동상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만이 아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온 한국인들도 서울에 온 기념사진이나 ‘인증샷’을 찍기 위해 배경으로 동상을 세운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기념물이 설치되는 것은 특정 정권이 특정한 기억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 예컨대 전쟁기념관의 여러 조형물들은 한국전쟁에 대한 ‘집합기억’ 형성을 둘러싼 의도적 행위들이다. 특히 왜소한 체격의 인민군 병사와 건장한 국군병사가 포옹하고 있는 ‘형제상’을 떠올려보라. 그와 비교하면 “시야를 가린다는 등” 설치 당시 약간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몇 년 되지도 않았지만 광화문에 ’세종’이 있다는 것이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불타기 전 남대문엔 별 존재감이 없었다가 화재이후 복구를 장막을 씌운 다음에야 남대문 근처를 다니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과 같다. 이제 복구가 완료된 남대문도 곧, 다시 익숙해질 것이다.
2012년 4월 뉴스1
그런 동상이니 1년에 한번쯤은 ‘새단장’을 할만도 하고 그런 사진은 신문에 실릴만한 뉴스가치가 있는 사안이다. 그런 뉴스가치에 더해서 거대한 동상에 호스로 물을 뿌리고 닦는다는 것은 미적가치(그림가치: 뉴스가치와 더불어 뉴스사진의 중요성을 가리는 기준)도 함께하는 사안이다. 1일치 신문의 ‘세종대왕동상 새단장’ 사진은 서너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각 신문의 사진이 저마다 재미있고 다르다. 근엄한 이미지의 ‘대왕님’이 물세례를 받거나 세수가 끝난 뒤 수건으로 닦고 화장(코팅)을 한다는 장면 자체에서 잔뜩 코믹한 설정이 묻어났다. 세계일보의 경우 동상보다 더 높은 곳에서 찍었기 때문에 뒤로 광장도 보이고 광화문도 보이는 시원한 앵글이다. 그런데 물줄기가 용안의 정면을 때리면서 수염도 젖고 있고 용포의 소매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대략 난감한’ 표정이다. 경향신문은 비슷한 높이인데 약간 오른쪽위 앵글이다. 여기선 물줄기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향하고 있다. 성군이었으며 학자풍의 이미지도 지니고 있는 세종에겐 훈민정음은 큰 의미가 있는 성과물이다. 그런 책에 물이 쏟아지니 “화가 났지만 참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엔 물줄기가 안 보였다. 가만 보니 세수가 끝난 뒤 코팅이 벗겨진 자리를 새로 코팅하는 장면이다. 익선관과 용안에 그늘이 많이 드리워져 있어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편안해보인다. 한겨레가 쓴 사진은 연합뉴스가 제공한 것으로 옆모습이다. 물세수가 끝나고 수건으로 직원들이 물기를 닦아내고 있다. 어떤 느낌인가? 역사의 거인이 한동안 이어지던 물세례가 끝나고 닦아주자 ‘겨우 안심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노여움이 가시지 않았다. 1년전인 2012년의 사진에선 약간 어둡고 역광인 장면이다. 여기서 세종대왕께선 "이게 뭐지?" 하고 있다.
사진제목이나 설명도 제각각 달랐다. ‘물세척’, ‘물청소’, ‘세척작업’, ‘봄단장’ 등등. 역사 속의 인물이지만 현재는 동상이니 의인화해서 표현을 할 수도 있었고 사물로 보고 표현을 할 수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날치 ‘세종대왕동상 봄단장’ 사진은 봄을 알리는 계절스케치사진의 한 사례다. 이런 스케치 사진에선 신문사마다 다를 수 있는 이념의 차이가 잘 스며들지 않는다. 모든 신문의 사진이 편하고 재미있다. 여러분께서도 각각의 사진에 제목을 한번 붙여보길 권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