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쓴 수필, 수필로 그린 사진

곽윤섭 2013. 03. 27
조회수 12055 추천수 0

김담의 새 책 '숲의 인문학'

 

forest13.JPG

우산나물                                                                                                                                              김담

 

 

사진책을 소개하면서 책 저자의 이름 뒤에다가 ~님을 붙이는 경우는 잘 없었다. 이번 ‘숲의 인문학’ 저자 김담씨 뒤엔 님을 붙여 김담님이라고 부른다. 사진마을의 유력 필자 중에 한 분이며 khjdam 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렌즈세상에도 사진을 자주 올리고 포토오디세이를 위한 테마에도 수시로 참여한다. 그래서 사진마을의 다른 필자들, 예를 들어 checky님, 김민수님, 김영주님, 중전님, 둘러보기님(빼먹으면 무슨 소리를 들을까), 오승현님...처럼 김담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서 그렇다.

 

김담님의 책이 나왔다. 출판사는 글항아리이며 책 제목은 ‘숲의 인문학’.                                    책 구입 바로가기

 

 

김담님의 글이야 어떻게 한 마디라도 찔러볼 수도 없이 좋으니 긴말 않겠다. 그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올라온 사진과 관련된 몇 마디씩이었다. 어떻게 찍으시라, 이렇게 찍으시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사진을 봐왔다. 책을 열어보면서 당연히 사진에 먼저 눈이 갔다. 어느새forest20.jpg 사진실력이 이리도 늘었나싶어서 웃음이 나왔다. 사진마을에 사진 많이 올려서 곽기자의 잔소리 듣고 실력이 는 것도 아닐텐데 괜히 공치사라도 하고 싶어진 웃음이다. 맨 앞에서 ‘사진책’이라고 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라서 전체 440쪽에서 96쪽, 그러니까 1/5정도가 사진이다. 책 제목 숲의 인문학은 직관적으로 사진의 내용은 모두 숲의 식구들을 찍은 것이다. 꽃이 제일 많고 나물도 있고 나무도 있다. 천마, 두릅, 하수오, 송이(!) 같이 몸에 좋거나 입맛이 도는 식물들을 보면서 이 책은 무슨 책인가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봄의 노루귀, 감자난초와 여름의 산작약 흰 꽃(379쪽)이야기를 보면 꽃에 대한 생각들이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가을의 초롱단 혹은 용담(099쪽)이야기를 읽거나 어느 겨울의 이야기인 ‘말똥가리 날다’를 읽으면 역시 숲(과 그 언저리에 사는 사람들) 전체를 다룬 책이라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 그러나 노루귀 혹은 말똥가리의 사진을 책에서 찾으려고 들어선 안된다. 사진으론 없는 것도 있는데 그런 동식물은 글로 그려져있다. 

 

이 책은 사진 하나 놓고 글 한 편 놓고 서로 묘사하거나 수식하거나 보완하는 형식의 구성이 아니다. 사진이 5장에서 10장 정도 쭉 나열되어있고 그 다음엔 2~4쪽짜리 짧은 글이 쭉 20~30편 이어진다. 사진과 글의 여러 결합형태를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각별했다. 예컨대 분홍빛 타래난초, 노을지는 하늘 배경의 감나무, 이름도 고운 금꿩의 다리, 길가의 민들레 씨앗, 어느 담벼락옆에 피어올린 백일홍, 중나리, 토끼풀, 홑왕원추리,노루오줌, 꿀풀, 찔레꽃 등이 이어지는 일련의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사진집이란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쪽에서 줄풀, 중복물 지다, 봉숭아물을 들이다, 싸리버섯, 능이버섯...., 머루.... 등의 제목이 붙은 글을 읽으면서도 어쩐지 사진 혹은 그림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 꽃이든 나물이든 김장김치든 혹은 화진포호수 한 바퀴든... 그렇기 때문에 물장구치는 수달(121쪽)의 글을 읽으면서 “아니 왜 수달사진이 없는거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글을 읽는데 사진이 떠오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잠시 책의 일부를 옮긴다.

 

“순간, 살그머니 걸음을 멈췄다. 냇물에서 물장구치는 소리가 들렸던 까닭이다. 윤슬이 반짝이는 사이로 검은 물체가 강벼랑을 따라 물살을 가르며 물길을 따라 나갔다. 손전등이 없는 것이 유감이었다. 아쉬운 대로 휴대폰으로 조명하였으나 빛이 미치지 못했다. 살금살금 둑길을 따라 걸었다. 틀림없는 수달이었다. 물난리가 난 뒤로 흔히 볼 수 없었던 터라 한동안 잊고 지냈더니 이렇게 불현 듯이 찾아왔다. 휴대폰 조명을 끈 뒤 부드럽게 수면을 헤가르며 바람 아래를 향해 나가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통게통게 가슴이 뛰었다. 달빛은 점점 환해지고 있었다”


틀림없이 수달이 보인다,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보인다. 가끔은 사진보다 더 풍부하고 변화무쌍하게 이미지가 보인다. 그러므로 이 책은 1/5가량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4/5가량의 글로 쓴 사진으로 된 사진책이다.

 

forest09.JPG

금꿩의 다리                                                                                                                                            김담

 

 

forest10.JPG

노루 궁뎅이버섯                                                                                                                                      김담

 

 

forest11.JPG

달개비풀                                                                                                                                              김담

 

 

forest12.jpg

백일홍                                                                                                                                                김담

 

 

forest14.JPG

천마                                                                                                                                                    김담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봄꽃 [3]

  • 곽윤섭
  • | 2013.04.05

봄에 피는 꽃은 모두 봄꽃이며 봄에 피어있는 꽃도 모두 봄꽃입니다. 그저께 점심 먹고 회사 인근 효창공원에서 걷다가 만난 녀석들입니다. 제비...

강의실

찾는 것 만큼 찍을 수 있다 [7]

  • 곽윤섭
  • | 2013.04.03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5> 사진에서 대비 찾는 것 만큼 찍을 수 있다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4편 바로가기 곽윤섭 사진클리닉 ...

사진책

신병문 사진집 출간 [3]

  • 곽윤섭
  • | 2013.04.02

    한겨레포토워크숍 등용사진가인 신병문작가 생애 첫 사진집을 냈다. 축하한다. 책 제목은 <飛上(비상)-하늘에서 본 우리땅의 새로운 발견(Di...

전시회

돼지와 사람의 경계, 일탈과 공감 [5]

  • 곽윤섭
  • | 2013.04.02

김혜진 개인전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몸으로 묻는 원초적 질문, 먹이사슬 끝 인간은? 스스로의 몸을 보여주는 사진가로 신디 ...

취재

만우절 교복입기 [4]

  • 곽윤섭
  • | 2013.04.01

대학교 캠퍼스에 고등학생들이 쏟아졌습니다. 방학때도 아니고 입시철도 지났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가끔 중 고등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교 탐방하...

전시회

대지의 숨-바람 [2]

  • 곽윤섭
  • | 2013.04.01

이기본 첫 개인전   사진은 예술인가 아닌가. 사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 근본적 질문은 답이 쉬 나오지 않을 것...

취재

오다 가다 찍은 사진 [30]

  • 곽윤섭
  • | 2013.03.28

요 몇일 사이에 오다가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크로핑을 했다는 점입니다. 망원이 지원되는 범위를 벗어나면 크롭할 수 밖에 ...

강의실

어디에 무엇을 몇 개나 넣을 것인가 [4]

  • 곽윤섭
  • | 2013.03.27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4> 사진은 구성이다 사진 구성의 3요소…풍부하게 단순하게 창조적으로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3편 바로가기 곽...

사진책

사진으로 쓴 수필, 수필로 그린 사진 [10]

  • 곽윤섭
  • | 2013.03.27

김담의 새 책 '숲의 인문학' 우산나물 김담 사진책을 소개하면서 책 저자의 이름 뒤에다가 ~님을 붙이는 경우는 잘 없었다. 이번 ‘숲의 ...

강의실

물 흐르듯 혹은 톡톡 튀듯 [2]

  • 곽윤섭
  • | 2013.03.20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3> 시선의 흐름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2편 바로가기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1편 바로가기 시선은...

전시회

한국보도사진전 개막 [1]

  • 곽윤섭
  • | 2013.03.19

사진기자 550명 땀의 흔적 <당원에 머리채 잡힌 당대표> 12일 일산 킨텍스 행사장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 도중, 단상에 난입한...

강의실

3분할 구도의 오해와 진실 [3]

  • 곽윤섭
  • | 2013.03.13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2>균형 기계적인 맞대응보다 엉뚱하고 기발하게 [곽윤섭 사진클리닉 TV특강] 1편 바로가기 [사진클리닉] 3분할...

사진책

작가와 시대 넘나들며 ‘순간’들의 맥락 짚어 [1]

  • 곽윤섭
  • | 2013.03.12

제프 다이어의 사진비평서 <지속의 순간들>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42명 사진작가들 다뤄  맹인 누드 모자 등 테마별로 어떻게 왜 찍었...

강의실

깔끔한 배경을 위한 4가지 [4]

  • 곽윤섭
  • | 2013.03.06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TV특강] <1> 배경 사진마을이 한겨레TV와 함께 제작한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동영상 강의를 내보냅니다. 매주 수요일 여러...

전시회

아날로그로 포착한 사진의 원형

  • 곽윤섭
  • | 2013.02.18

6인전 <식물원> 여섯 명이 눈으로 들어와 마음으로 찍어낸 식물원 한 채 김영모  김영모, 서재근, 신한주, 이재옥, 차윤주, 최재성. ...

취재

사랑이 꽃핀, 학대 받는 코끼리 힐링캠프 [2]

  • 곽윤섭
  • | 2013.02.15

자원봉사자 장윤주씨의 사진 머리에 바나나를 얹고서 소풍가듯 걸어가는 코끼리   생활사진가 장윤주(고등학교 교사)씨가 지난 1월 말 1주...

최민식 포럼

최민식 선생 별세 [8]

  • 곽윤섭
  • | 2013.02.12

다른 사진가들처럼 최민식도 처음엔 미술학도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쿄의 한 서점에서 '인간가족'을 발견하고 그길로 사진가의 뜻을 품기 시작했...

강의실

아이폰 5 카메라로 눈을 찍어보자 [9]

  • 곽윤섭
  • | 2013.02.07

눈이 파랗게 찍혔어요!  아이폰 5의 카메라는 Auto모드로 촬영된다. Auto모드란 셔터와 조리개, 그리고 ISO까지 자동으로 설정된다는 것을 의미한...

취재

박 당선인 사진 취재도 일방통행 ‘밀봉’? [2]

  • 곽윤섭
  • | 2013.01.29

[사진뒤집어보기] 여당 지도부와 오찬은 풀취재 허락했다가 취소해 ‘몰카’ 소동 브라우니 인형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전달 행사는 ‘공개...

취재

꿈, 한 바탕 꿈 [7]

  • 곽윤섭
  • | 2013.01.07

하루 한 장을 포기한지도 어언 1년쯤 되었나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냥 대충 적당히 올리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데로 찍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