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도 모른 최민식의 ‘그때 그 사진’

곽윤섭 2012. 06. 25
조회수 23665 추천수 0


   최민식 ‘소년시대’

 10만 장 필름에서 고른 150여 점 대부분 미공개작

   부산의 브레송, 거리마다 골목마다 어슬렁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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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1966년, ⓒ 2012 by Chio Min Shik(소년,친구를찾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를 대표하는 사진가 중의 한 명인 최민식 선생의 사진전 <소년시대>가 서울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5개 부분으로 나눠져 있으며 150여 점이 선을 보이는데 대부분이 미공개작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많은 사진가들이 그랬듯이 최민식 선생도 미술과 먼저 조우했으며 1957년에 처음 사진을 시작했다. 이제 햇수로 55년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미공개작이라고 한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1957년의 사진부터 가까이는 1990년대 작품도 있지만 50~70년대의 사진이 가장 많다.


 기증된 국가기록원 뒤져…“응? 이런 것도 있었나”


 1957년부터 2012년 올해까지 단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사진을 찍고 사진집을 내고 전시를 해온 작가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사오십 년 전 사진을 대거 들고 나와 갑자기 관객과 만난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대체 이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난해인가 미국에서 난생 처음 들어본 사진가의 사진집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비비안 메이어란 여성 사진가의 사진이 사후에야 유족도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되었고 한 눈에 작품성을 알아본 이들이 책을 만들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시카고와 뉴욕의 거리사진들이었는데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했다.
 최민식 선생의 경우엔 다른 사연이 있음 직하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롯데갤러리의 책임 큐레이터 성윤진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민식 선생은 2008년에 모든 필름과 프린트를 국가기록원에 기증한 상태입니다. 이번 전시의 개념을 ‘소년’으로 결정하고 상의하다 보니 당신께서 가지고 있는 것은 별로 없으니 가서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찾아보면 있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가기록원엘 갔는데 이건 뭐 막막하기 이를 때가 없었어요. 초기에 정식으로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생활형편도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밀착지로 남겨두질 않은 필름이 훨씬 많았던 거죠. 십 만장의 필름에서 ‘소년’을 중심으로 고르고 또 골랐는데 처음 보는 내용이 속출했습니다”
 
 -십 만장을 다 보셨나요? 그럼 ‘소년’ 외에 다른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휴 그걸 어떻게 다 봐요. ‘소년’에 속하는 것만 추려서 선택했을 뿐이죠. 아직 무궁무진하게 있다고 봐야죠. 쉴 새 없이 찍어댔다고 하셨으니…….”
 
 성윤진 큐레이터가 국가기록원에서 찾아온 사진들을 최선생에게 보여줬더니 기막힌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응? 이런 것도 있었나? 이게 몇 년도였나? 허허…….” 


 그림공부하러 도쿄 갔다가 ‘인간가족’ 보고 ‘전향’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림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도쿄의 한 서점에서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기획한 사진집 ‘인간가족’을 발견하고선 사진을 시작했는데 찍고 현상하고 인화하는 것을 완전히 독학으로 배웠던 최민식이다. 생계를 위해 막노동부터 뭐든지 하면서도 사진 찍기를 멈추지 않았으니 필름을 현상이라도 해 둔 것이 용하다고 해야 할 판이다. 

  그렇게 몇십 년 사진을 찍었다면, 그리고 인화를 해두지 않고 네거티브 속에만 남아있다면 거기에 뭐가 들어있는지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식이든 여유가 있는 사진가들이야 조수도 두고 후학도 있어서 사진생활의 관리가 되겠지만 부득부득 홀로 걸어온 그에게  그런 호사가 있을 리가 없다. 

  최민식과 비교할 일은 전혀 없지만 필자도 20년 전에 찍은 필름에 뭐가 들어있는지 다 기억하지 못한다. 신문에 쓸 컷만 확대기에 걸었을 뿐 나머지 필름을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 하나 마감하면 바로 방독면과 헬멧 챙기고 나가는 게 일이었으니. 비교하자는 말이 아니라고 했으니 한마디만 더 한다. 필자의 20년 전 필름을 창고에서 꺼내 루페로 보면 쓸 만한 사진이 튀어나올지는 전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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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1992,  ⓒ 2012 by Chio Min Shik(소년,친구를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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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상,  ⓒ 2012 by Chio Min Shik(소년,친구를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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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963,  ⓒ 2012 by Chio Min Shik(소년,등에서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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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973,   ⓒ 2012 by Chio Min Shik(소년,가족을만나다)


 <소년시대>는 최민식 사진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봐도 좋다. 전시기획자가 큰일을 했다. 사실 그동안 최민식은 “가난에 찌든 전쟁 직후 부산 피난민들의 군상”을 찍는 사람이라는 제한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주력 작업이 인물에 대한 고찰이었고 대부분이 힘든 삶을 버텨가는 밑바닥의 사람들이었으니 밝은 표정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내가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을 찍는 것”이라고 최민식은 말한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무슨 명분이 과연 어느 누구에게 있을까?


 유년의 추억에 대한 경의…최민식 사진의 신기원


  어쨌든 이번 전시는 최민식 사진을 새롭게 규정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데서 큰 의미가 있다. 인물 외에 거리의 스냅이 아주 많았다. 아주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파리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있었다고 한다면 부산의 거리엔 최민식이 있었다. 서울의 달동네 골목길에 김기찬이 있었다면 부산의 산동네 골목길엔 최민식이 있었다. 아니 진행형이다. 아직 최민식은 그 거리와 골목을 지키고 있다.
 
 이 전시는 전쟁과 가난, 정치의 변혁기에 유년을 보낸 수많은 소년’에 대한 경의라고 전시기획자가 말했다. 1부 <소년, 표정을 짓다>에선 ‘최민식’ 하면 금방 떠오르는 바로 그 사진들이 포함되어있다. 인물사진이다. 지난해까지 휴먼시리즈만 14권째를 만들었다. 가히 인물사진을 다큐멘터리의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최민식의 트레이드마크다. 전시 제목이 ‘소년’이니 당연히 해맑은 소년·소녀들의 얼굴이 나온다. 편안한 표정들이다. 

  2부 <소년, 가족을 만나다>에선 가족과 함께 어울리고 있는 소년을 만날 수 있다. 거리에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형, 누나, 동생과 함께 찍힌 사진들이다. 최민식이 그냥 ‘인물사진’만 찍는 사람이 아니란 것이 여기서부터 발현되기 시작한다. 인물도 찍고 스냅도 찍었다. 3부 <소년 등에서 크다>는 말 그대로다. 다만 예전엔 형제가 많았고 부모들은 일터나 집안에서 끝없이 일을 해야 했으므로 “애가 애를 업어주는” 사진이 많다. 40대 이상에겐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4부 <소년, 친구를 찾다>와 5부 <소년, 순간에 머물다>는 가장 작품성과 완성도가 높은 사진들을 모아두었다. 물론 1, 2, 3부가 그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전시의 구성은 작품 감상의 편의성에 큰 비중을 둔다. 가서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고 서울 아닌 곳에서 활동했지만…

 

 4년 전쯤에 부산에서 최민식 선생을 만나 장시간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때 기사로 쓸려다가 휴먼 14집이 나오면 쓰겠다고 미뤘더니 아직 차일피일하게 되었다. 이번에 서울 롯데갤러리에서 4년 만에 처음 뵈었다. 올해 안에 15집이 나오고 내년엔 16집을 낼 기획까지는 정리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부산의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다니며 “몰래 찍다가 들키면 달아날 수도 있다”고 한다.
 
  과연 언제까지 찍을 것인가? 최민식은 조만간에 아프리카에 가겠다고 한다. 서부 아프리카의 기아와 관련된 아픔을 기록하고 싶어 한다.
 -체력이 되시겠어요?
 “체력은 문제없어. 돈이 없어 못 가고 있을 뿐이야(웃음)”
 
 부산사람들은 최민식이 있어 좋겠다. 한국 다큐멘터리의 1세대 최민식이 골목대장처럼 씩 웃으면서 부산의 거리와 골목을 지키고 있으니. 그동안 사진계에선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고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찍는 내용이 밑바닥의 가난한 모습”이라는 이유로 최민식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하지 않고 있었다. 틀렸다.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사진을 열심히 지키는 것은 자랑거리이며, 제2의 고향인 부산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것도 자랑거리이며, 한 눈 팔지 않고 민초의 일상을 주요 테마로 지켜왔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과연 누가 누구를 폄하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롯데백화점 본점 14층에 있는 롯데갤러리(02-726-4456)에서 7월 8일까지 열린다.
 무료 관람. 백화점 휴점시 휴관. 관람시간 10:30~20:00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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