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도 지금은 찾기 힘들어진 예전 뉴스메일에 있던 글입니다.

2000년 12월 23일 작성

||||||||||||||<b> ||||||||||||||6천명을 위한 화이트크리스마스</b> |||||||||||| |||||||||||||||||| <p align="left"><font size="3">한겨레신문이 새벽에 마지막 마감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2시 20분 정도입니다. 이때 찍는 것이 6판이며 최종판입니다.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나도 그 시간을 넘기면 신문에 나오지는 않습니다. 특이한 사건이면 호외를 찍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호외(號外)일 뿐입니다.

이 글을 쓰는 22일 저녁. 오늘 저는 야근근무자입니다. 22일 오후 2시에 출근을 한 저는 이 밤을 꼬박 넘기고 내일 아침에 퇴근을 하게 됩니다. 저희 신문의 경우 밤 10시를 넘기면 사진부에는 통상 야근자 혼자 남습니다. 웬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혼자서 버텨야 합니다.</font></p> <p align="left"><font size="3">야근을 하다보면 바쁜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언제 갑자기 바빠질지 누구도 정확히는 모를 일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급한 일을 대비해서 여러 기자들을 붙들어 두고 싶지만 쳇바퀴처럼 다가오는 내일 또 신문제작에 투입되는 기자들이 있어야 하므로 혼자서 해야하는 것이죠.

이 글을 쓰는 22일 저녁 텔레비전에서 크리스마스에 관한 뉴스가 나오는 군요.</font></p> <p align="left"><font size="3">기상청에 따르면 성탄절 전날인 24일의 경우 영남과 제주지방을 제외한 서울 등 대부분지역에서 흐리거나 구름이 많은 가운데 한때 비나 눈이 조금 오는 곳이 있겠답니다. 그러나 기온 상으로 볼 때 비가 내리거나 가끔 눈이 섞이는 정도여서 온전한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집니다.</font></p> <p align="left"><font size="3">일단 이 정도의 예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font></p> <p align="left"><font size="3">"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올 가능성이 무지 높다. 일부지방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곳에서 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폭설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눈은 온다고 봐야한다. 그렇지만 공식 보도를 이렇게 할 수는 없다. 화이트크리스마스라고 장담했다가 예보가 틀릴 경우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 특히 아이들이 항의전화를 하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나?"

제가 추측해본 기상청의 속마음입니다.^^

지난해 1999년 12월 23일 저는 야근근무자였습니다. 정확히는 24일 새벽 1시가 넘어갈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별 사건,사고 없이 한겨레 편집국의 밤은 깊어갔고 슬슬 마지막판을 준비하며 하루를 정리하는 분위기였습니다.</font></p> <p align="left"><font size="3">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아마 저였던 것 같은데..,) 야 눈온다 !라고 외쳤고 과연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편집국에 남아 있던 10여명의 기자들은 한동안(그래봤자 1,2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죠) 말없이 장하게 내리는 눈을 보며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가 금방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먼저 "오늘 24일이잖아. 크리스마스 이브인데."라며 취재(눈 구경 욕심도 있었습니다)준비를 했고 사회부장도 "야 그거 이야기된다. 얼른 갔다와"</font></p> <p align="left"><font size="3">동조했습니다. 회사를 나서는데 1시 30분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눈은 그야말로 그림 되게 내리고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font></p> <p align="left"> <font size="3">혹시 이거 아십니까? 눈 스케치를 할 때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오히려 사진 찍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font> <img border="0" src=//newsmail.hani.co.kr/photo/photo8/ama05807.jpg align="left" hspace="5">비교적 눈이 적게 내린 날의 눈스케칩니다. 눈이 얼마 내리지 않는 순간이지만 사진은 좋죠? 제가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글을 위해 동료의 것을 슬쩍.
특별히 밤이 아니더라도 눈이 오는 날은 하늘이 어둡습니다. 이 말은 사진기자들에게는 노출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면 스트로보를 이용하거나 셔터를 저속으로 해야합니다. <br clear=all>
그러나 눈이 지나치게 많이 내릴 때 스트로보를 치면 카메라 근처에 떨어지는 눈이 스트로보에서 나온 빛을 반사시켜버리므로 사진이 어려워집니다. 뒤편으로 보이는 피사체를 다 가리게 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밤중이라서 "스트로보 없이 저속셔터" 만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날 눈이 그렇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에다 어디에서 찍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font size="3">
<img border="0" src=//newsmail.hani.co.kr/photo/photo8/19woo007.jpg></font>
<font size="2" color="#008000">정말 마감이 급했던 98년 11월 어느날 저희신문에 실린 사진입니다. 신속한 취재로 마감에 성공한 상황이었습니다. 이것도 제가 찍은 것은 아닙니다. 글에 올릴려고 슬쩍.</font><font size="3">
</font>
급할 때 쉽게 가능한 방법은 만리동 한겨레신문사앞 육교 위나 근처에서 눈 때문에 거북이 걸음을 하는 차량들을 찍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븐데...
<font size="3">
다행히 새벽이라서 거리에 차량은 별로 없어서 5분만에 시청 앞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실상 더 이상 고민할 시간여유도 없었습니다. 시청 앞 광장의 트리를 배경으로 네 컷을 누른 뒤 철수. 그중 두 컷은 너무 가까운 곳의 눈이 스트로보를 맞아 사진의 절반이 눈으로 덮여 쓸 수가 없었습니다.</font> <p align="left"><font size="3">회사로 돌아오는데 다시 5분. 어느새 마감시간이 임박했지만 디지털카메라였던 덕으로 다음과 같은 사진을 6판 신문 사회면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font><font size="3">한겨레신문 1999년 12월 24일치 15 면에 게재된 사진입니다.</font></p> <font size="3"><img border="0" src=//newsmail.hani.co.kr/photo/photo8/14kwak22.jpg width="350" height="473"></font>
<font color="#008000" size="2">"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새벽 서울 시청 앞에 세워둔 대형 트리 위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곽윤섭 기자"</font><font size="3">

6판을 몇 부나 찍는지 아십니까? 기껏해야 1만 2천부내외입니다. 그 중에 절반정도 팔렸을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 사대문 안쪽의 가판대로만 갑니다. 집으로 배달되는 부수는 없습니다. 24일 아침 광화문거리의 신문가판대에는 그 사진이 실린 한겨레가 있었을 것이지만 집이나 사무실에서 저희 신문을 받아보시는 독자 분들은 구경 못한 사진입니다.</font> <p align="left"><font size="3">벌써 일년전 일이군요. 갑자기 화이트크리스마스....라는 뉴스를 보다가 그때 6천명에게만 보여드린 사진을 수십만명(^^)이나 되는 저의 나머지 독자 분들을 위해 보여드립니다. 한 분만 봐주셔도 불만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특별한 기억들을 갖고 사니까요.</font></p> <p align="left">곽윤섭 기자 <a href="mailto:kwak1027@hani.co.kr"><font color="blue">kwak1027@hani.co.kr </font></a></p> "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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