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단체사진 탈출법

곽윤섭 2008. 12. 18
조회수 1339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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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모여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집을 구입해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도 집마다 최소 한 권 이상씩은 꼭 비치되어 있는 사진집이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얻은 것이 아니고 돈을 주고 산 것입니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각급학교를 졸업할 때 예외 없이 사게 되는 졸업앨범이 그것입니다.
 
초등학교 졸업앨범도 많이 변했습니다. 기자가 졸업할 때만 해도 한 반에 70명이 넘었기 때문에 얼굴을 간신히 알아볼까 말까 한 크기의 단체 사진이 있었고 자그마한 크기의 개인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체 사진은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작은 지면에 여럿이 나와야 하는 것이 최고의 관건이기 때문에 무서운 사진사 아저씨와 선생님의 눈치를 보면서 완전히 얼어붙은 듯 찍었습니다. 실수를 줄여 필름을 아끼려고 그랬을 수도 있다고 지금 짐작해봅니다. 요즘은 사진도 컬러로 바뀌었고 표정도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졸업식 말고도 여러 행사가 있습니다. 입학, 소풍, 운동회, 학예회도 있습니다. 학교를 마친 뒤에도 단체사진은 계속됩니다.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혼 땐 꼭 단체사진이 들어갑니다. 여행을 가도 찍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단체사진의 포맷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100년 전 사람들의 단체사진과 지금의 단체사진이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달라야 할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것은 사진을 왜 찍는지 묻는 것과 같습니다. 
 
똑같은 구도에 얼굴만 바꿔놓은 사진들
 
가장 흔한 단체 사진은 앞과 옆을 맞춰 줄을 서서 찍는 것입니다. 공간을 사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식민통치하에서 벗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군사정권이 들어선 우리나라의 배경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줄을 맞춰 찍은 사진은 사진에 등장한 사람들의 이름을 붙이기가 좋은 것은 확실합니다. ‘왼쪽 앞줄부터 아무개…’로 다는 것이 아무래도 편하긴 하겠습니다.
 
그러나 재미가 없고 특징도 없습니다. 늘 같은 형태의 기념사진이 반복됩니다. 학교에서나 결혼식에서나 줄을 서서 찍긴 마찬가지입니다. 옆집 사람의 집에도 같은 앨범이 있습니다. 얼굴만 다르고 나머지는 모두 같습니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대체로 사람들을 이리저리 배열해 볼 시간은 있을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색다르게 찍어본 경험이 없을 뿐입니다.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이나 습관처럼 줄을 섭니다. 평소에 생각들을 안 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어릴 때부터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줄을 섰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대는 한결 발랄하게 찍습니다. 펄쩍 뛰기도 하고 눕기도 합니다. 어떤 형태를 만들든 일단 직선을 피해봅시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어떤 점에 유의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도구나 배경으로 단체의 특징을 표현
 
1. 특성을 살리자
어떤 자리든 이 사람들이 왜 한자리에 모였는지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졸업식 때 본관 앞 계단에 모여서 일제히 학사모를 던지는 사진은 그래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야구부원들의 단체사진에선 글러브나 야구모자나 방망이가 등장하면 좋을 것이고 축구동호회의 기념사진에선 축구공과 축구화를 앞에다 모아놓고 찍기만 해도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결혼식 사진에서도 해 볼 것이 많습니다.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놓고 참석한 사람들이 거대한 하트모양을 만들어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굳이 남의 흉내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최고 장점은 부담없이 여러 장 찍을 수 있다는 것임을 잊지 말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봅시다.
 
사진엔 배경이 들어갑니다. 시간과 공간의 배경에서 모두 특성을 살려봅시다. 여름철엔 수영장, 가을엔 낙엽, 겨울엔 눈밭, 봄에는 꽃 길 등의 배경은 사진 찍을 당시의 시간적 배경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공간적 배경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동창회모임은 학교 교정이나 교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모임이 열렸던 식당 간판이라도 걸치고 찍는 것이 한 방법이 됩니다. 어떤 장소에서 단체사진을 찍든 잠깐만이라도 함께 찍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봅시다. 여럿이 모이면 반드시 쓸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집안이나 생활공간 주변에선 특징이 있는 요소가 없다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자 최근에 읽던 책이나 신문이라도 들고 찍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나중에 사진을 보면서 당시에 읽던 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날 것입니다. 물을 마시던 컵이라도 하나씩 들어도 좋고 졸업기념사진을 찍을 땐 가방이라도 각자 머리에 이고 찍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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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재밌는 사진이 될까
 
2. 어떤 사진보다 구도가 중요하다
20명이 넘어가는 대규모 단체사진이라면 사람으로 선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줄, 원, 삼각형, 곡선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구도란 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레임 구성에 짜임새를 두는 것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찍는 사람이 높은 앵글을 확보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3.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표정이나 몸짓으로 변화를 줄 수도 있고 옷, 신발, 가방, 낙엽 등 현장에서 조달 가능한 여러 가지 소도구를 동원할 수도 있으며 미리 준비해 간 간단한 재료로도 사진에 재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참을성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 찍는 과정부터 즐거울 수 있습니다. 사진을 왜 찍습니까? 순전히 그곳에 왔다간다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 목적의 전부가 아니라면, 찍는 것도, 그리고 찍은 사진을 보는 것도 모두 즐거워야 합니다.  다른 종류의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좋은 사진 책을 많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념사진을 흉내 내보십시오. 다른 사진을 모방했다고 하더라도 찍히는 사람들에게 새로움과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성공이다. 삼각대를 미리 준비해서 찍는 본인도 단체와 자리를 같이해서 찍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찍은 사진이란 것을 증거로 남기려면 셀프 타이머가 작동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특별한 동작을 취해서 표시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기자는 본인의 앨범에 들어있던 숱하게 많은 단체 사진을 보면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늘 궁금했지만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사진을 좀 찍어본 사진가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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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의견있으신 분들은 덧글로 올려주십시오.
질문이나 앞으로 다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내용이 있으신 분들은 한겨레 사진마을 http://photovil.hani.co.kr/ 의 강의실에 글을 남기십시오.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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