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점검-좋은 사진을 찍는 몇가지 방법

곽윤섭 2008. 11. 24
조회수 15540 추천수 0

강001.jpg

각자에게 맞는 편안한 자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물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강의실을 연 지 아홉달이 지났고 그 동안 올린 글도 제법 쌓였습니다. 카메라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노출에 관한 설명도 했고 프레임 구성에 관한 핵심도 나름대로 풀어봤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 숨 돌리면서 중간 점검을 해볼까 합니다. 강의실에 올릴 글은 순서가 대략 정해져 있습니다만 언제든지 변경이 가능합니다. 필요한 내용을 요청하시면 검토해보고 순서와 상관없이 먼저 전해드릴 터이니 사진마을 게시판이나 강의실 덧글을 통해 의견을 남기십시오.

 

1. 원칙은 없다

자신만의 창의적인 사진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말한 어떤 법칙이나 관습도 한 방에 날려버려도 좋습니다. 규칙에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그동안 말한 법칙과 관습을 알고 어기는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깨는 것은 크게 다릅니다. 알고 어기는 것은 다음에 또 그런 독창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확률이 높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찍어온 것은 다시 찍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사진에서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확률에 있는 것입니다.

 

2. 올바른 촬영자세

왼손으로는 카메라의 바디(몸통)와 렌즈를 감싸듯 쥐고 오른손으로 몸통의 오른쪽을 잡은 상태에서 주로 엄지와 검지 혹은 중지로 여러 조절단추와 다이얼을 만집니다. 왼팔은 가슴에 붙여 몸통과 오른팔의 모양과 함께 삼각 형태를 이루도록 만들면 안정감이 생깁니다. 사격할 때를 떠올리면 도움이 되는데 당연히 호흡조절도 잘해야 합니다.

 

미군들의 사격훈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서 쏘라든지 엎드려 쏘라든지 권장하는 자세는 있지만 반드시 따라하라고 강요하는 자세가 없었습니다. 각자 편한 자세를 잡고 자유자재로 쏘게 하는 것 같았는데 딱 한가지의 요구사항이 있긴했으니 그것은 안전하게, 정확하게 맞추라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라를 쥐는 법과 셔터를 누르는 법도 자신에게 적절한 것이 있다면 그 이상의 규칙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깁니다.

 

제가 몇 차례 강연회에서 가벼운 톤으로 "담배를 끊으면 사진이 좋아진다"고 말하곤 했는데 실제로 흡연자보다 비흡연자가 호흡이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느린 셔터속도에서 흔들리지 말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저는 이제 담배 끊은 지 4년이 넘었고 느린 셔터에서도 그냥 찍기도 합니다만 중요한 순간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1/60초 정도라면 흔들릴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의지해서 절대 흔들릴 일이 없도록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 자세입니다.

 

3. 스폿노출

카메라의 노출방식엔 여러 모드가 있습니다. 파인더를 가상의 선으로 분할해서 분할된 모든 칸을 동일한 비율로 계산하는 법을 멀티라고 하며 가운데 한 곳만 측정하는 법을 스폿(점)이라고 합니다. 스폿노출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러나 스폿노출에도 함정이 있으니 복잡하게 노출이 얽힌 곳에서는 실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곳이란 반짝이는 부분, 그늘과 햇빛이 공존하는 곳 등을 말하는데 이때 스폿노출의 기준을 그늘에 두면 카메라는 어둡다고 생각할 것이고 햇빛에 두면 밝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핵심은 내가 찍고 싶은 것이 그늘인지 햇빛인지 정하는 것. 그늘이 기준이라면 그늘 속에 스폿을 두고 노출을 잰 다음 그 노출로 찍으면 되고 햇빛이 기준이라면 햇빛 속에 스폿을 두고 노출을 잰 다음 그 노출로 찍으면 됩니다.
(강의실 적정노출=나에게 맞는 노출편 참고 http://photovil.hani.co.kr/19231 )

 

강002.jpg

노출의 기준을 왼쪽 벽에 두었다.

 

강003.jpg

노출의 기준을 창 밖에 두었다.

 
4.집에서 찍을 때

대체로 집안은 좁고 어두운 편입니다. 그리고 복잡합니다. 렌즈와 ISO에 따라 다르겠지만 셔터속도가 1/15초가 채 안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플래시를 쓰게 되는데 좁다보니 인물의 주변에 바로 벽이나 문이 있기 마련이라 그림자가 큰 부담이 됩니다. 어떻게 간신히 각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온갖 장애물이 있습니다. 깨끗하게 치워놓고 사는 집이라 해도 소파도 보이고 텔레비전이나 김치냉장고 같은 것도 배경에서 번쩍 반사를 일으키며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집에서 찍은 사진은 깔끔하게 보이기 힘듭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우선 집안의 조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인데 사진을 찍기 위해 집 조명을 바꾸는 것은 좀 번거롭기도 하고 지나치게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대신 보조광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명기구를 비치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 독서용으로 사용하는 스탠드형 조명도 큰 도움이 됩니다. 분위기에 따라 양초를 몇 개 켜두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탈착형 플래시가 있다면 바운스를 치거나 들고 찍는 것도 좋겠습니다.

 

넌센스퀴즈의 답 같지만 집 바깥에서 찍는 것도 좋은 해결책입니다. 어두운 집에 머무르지 말고 대문을 열고 골목이나 놀이터라도 나가서 찍으면 훨씬 배경이나 조명이 좋아집니다.

 

곽윤섭 한겨레 사진전문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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