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을 정리하라 ②
여의도 벚꽃축제에서 찍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든 곳이라 배경정리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패닝을 시도했다. 자전거를 탄 두 명의 인물에만 초점이 맞았고 뒤는 가볍게 흐르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1/40초, f 22
지난번 글에서 배경 정리의 방법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심도 조절, 노출의 차이, 그리고 색상의 차이였습니다. 이제 마지막 한 가지인 셔터 속도를 이용한 배경 정리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이 방법이 제대로 먹히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주인공과 나머지 요소들 사이에 뚜렷한 속도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명동 거리의 군중 속에 혼자 서 있는 주인공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인파의 움직임은 느린 셔터 속도에 의해 흘러가는 것처럼 표현될 것입니다. 주인공만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렌즈로 주인공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찍는 것을 패닝이라고 하는데 이 방법으로도 배경 정리가 가능합니다.
패닝의 원칙은 카메라를 주 피사체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서 찍는 것입니다.
홍대 앞 거리에서 풍선을 들고 빨리 걸어가는 사람을 패닝으로 찍었다. 주인공의 이동속도에 맞춰 카메라를 수평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관건인데 배경은 흘러지나가듯 찍히게 되어 주인공만 강조된다. 몹시 어수선한 거리였으나 깔끔하게 보인다. 1/6초, f 18
이상의 방법에 따라 처음 프레임을 잡을 때부터 복잡한 구성을 피해버리거나 복잡한 대상을 만난다 해도 배경을 정리하면 눈으로 본 것과 찍힌 것의 괴리가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행인들, 전깃줄, 가로등, 다른 아이들과 같은 요소가 주인공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몸에 익혀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관찰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손가락 프레임으로 세상을 볼 때, 혹은 자신이 생겨서 곧장 카메라의 파인더로 찍고 싶은 방향을 쳐다볼 때 오랫동안 유심히 관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것들 중에 자신이 좋아하거나 많이 봐 온 것 외에도 틀림없이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내야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선호하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시각적 선택을 해버리기 때문에 그 주변의 것을 못 보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또한 지금 보고 있는 곳이 3차원의 세계지만 조만간 2차원으로 변하면서 납작하게 평면으로 바뀔 것을 머릿속에 주지시키면서 관찰과 예측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몇가지 상식적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진으로 변하게 되면 가까운 것이 크게 보이고 밝은 것이 눈에 잘 띈다는 것 등입니다.
디지털의 장점은 많이 찍을 수 있고 금방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찍어놓고 현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눈으로 본 3차원이 2차원으로 변하면 어떻게 될지 예측한 다음 바로 셔터를 눌러서 찍고 카메라의 LCD 창으로 점검해 보십시오. 방금 예측한 것이 얼마나 맞았는지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위에서 든 배경정리의 방법 중 가능한 것을 동원해 다시 찍어보고 확인하는 것을 반복하십시오. 이제 당신의 사진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글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