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등장했던 물통으로 물을 받는 그림은 명쾌하다. 그런데 나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양쪽 물통의 양은 똑 같은 것이 이해가 가는데 물의 양은 누가 결정하는가?
그 물통에 든 물의 양, 즉 빛의 양을 적정노출이라고 부른다.
카메라에 든 노출계가 정해준다. P 모드에 놓고 카메라의 반셔터를 누르면 1초안에 카메라는 주인님의 부름에 답한다.
"이 순간 셔터를 누르신다면 현재 바깥의 밝기를 파악한 결과 다음과 같은 조리개수치와 셔터속도로 찍으면 적당합니다" 라면서 노출값을 제시할 것이다.
기계는 정확하다. 그러므로 별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앞서 말했듯이 90% 이상의 경우 그냥 노출계를 믿으면 된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아래의 사진을 보자.

셔터 1/50초, 조리개 f 7.1 (M 모드)

셔터 1/250초, 조리개 f 10 (P 모드)
두 사진 모두 내가 찍었기 때문에 멋진 사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선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두 사진 중에 어느 것이 더 사실과 가까울까? 위의 사진은 노출의 기준을 실내에 두었고 아래의 사진은 노출의 기준을 바깥에 두었다.
카메라를 들고 생각해보자. 카메라의 노출계는 이 대목에서 사람이 명령을 내리기 전까진 기준을 찾을 수 없다. 찾지 못한다기 보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카메라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은 프레임의 전체를 분할해서 고르게 노출을 재거나 중심부분을 기준으로 재거나 아니면 어느 한 점만의 노출을 재는 방식 중에서 한가지에 의존해 노출값을 계산할 뿐이다.
이제 여기서 선택을 해야한다. 실내의 꽃, 풍경, 달마대사의 초상을 잘나오게 찍을 것인가 아니면 창 밖의 짙푸른 계곡이 잘 나오게 찍을 것인가. 혹 둘 다살리는 것이 가능하다면 둘다 살릴 것인가?
사람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카메라는 도저히 혼자서 결정하지 못한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사진을 배우는 것이다. 일단 이 상황을 해결하는 법은 간단하다.
각자가 기준으로 삼고 싶은 쪽을 중심으로 노출을 재고 찍으면 되는데 스폿측광으로 기준이 되는 곳의 값을 정하고 카메라가 제시하는 값대로 찍으면 되는 것이다. 둘다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플래시를 치거나 반사판과 외부 조명을 동원하거나 하면 어느정도 비슷하겠지만 유리가 있어 반사가 생기면서 흉해질 수도 있거니와 깊은 산 속 카페에 문득 들어가 차를 마시다가 바라본 상황에서 그런 야단법석을 떨면서 찍을 사진이 아니다.
이제 이론은 끝났다. 아직 의문점이 남았다는 분도 계실 것 같다. 하지만 초보라면 당분간 P 모드로 찍도록 하고 차츰 해결해나가도록 하고 그냥 따라와주시길 권한다.
*스폿측광-파인더 안에서 어느 한 곳만 지정해 그곳의 노출값을 계산해내는 측광방식. 이 사진들에서 예를 들어보자.
위 사진:스폿을 실내의 꽃병이나 꽃, 도자기 등에 두면 이 노출값을 찾을 수 있다.
아래 사진:스폿을 창밖의 나무에 두게 되면 이 노출값을 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