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 맞은 곳을 중심으로 앞뒤의 공간에서 초점이 맞아있는 폭을 심도라고 합니다. 앞뒤로 초점이 깊숙하게 맞으면 "심도가 깊다" 라고 하고 반대는 "심도가 얕다" 라고 합니다.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초점과 노출인데 그 중 하나인 초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카메라를 눈을 대신해서 대상을 바라보는 역할을 하는데 "초점이 맞다" 는 것은 카메라의 의도, 즉 사진 찍는 사람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는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초점이 맞은 깊이"를 뜻하는 심도의 의미는 자못 심각합니다. 사진가가 대상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깊이 초점을 맞출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심도는 심각한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심도를 결정짓는 삼요소입니다.
심도는 조리개 크기, 촬영거리,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1. 조리개수치가 커질수록(빛이 들어오는 구멍이 좁아질수록)심도는 깊어집니다.
2. 촬영하는 거리,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가 멀수록 심도는 깊어집니다.
3. 렌즈의 초점거리가 짧아질수록(광각으로 갈수록) 심도는 깊어집니다.
제가 교과서적 강의를 싫어하는 것은 이런 이론을 머리속으로 외우면 별 효과가 없다는 점때문입니다. 위의 원리도 부단한 실습을 통해 몸으로 익혀야 자기것이 된답니다. 디카의 장점은 필름값이 안드는 것이니 열심히 찍어서 비교해 보십시오.
아래의 두 사진은 생활사진가 황종찬님이 찍은 심도 사진입니다. 아이디어가 돋보여서 이 자리에서 심도의 예시로 삼았습니다.

이 사진은 조리개 f 1.4 에 셔터 속도 1/200초로 찍었습니다.
두 인형의 거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심도가 얕은 사진이라 남자 인형에만 초점이 맞았고 여자 인형은 초점이 흐립니다.

이 사진은 조리개 6.3에 셔터속도 1/30초로 찍었답니다. 심도가 깊어지자 두 인형이 마치 같은 선상에 있는 것처럼 표현됐습니다. 사진을 찍은 황종찬님은 "심도를 이용해 사랑이 가까이 다가온 것을 표현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멋진 사진입니다.
한겨레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