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가지 들꽃, 그가 이름을 부르니 꽃이 되다

곽윤섭 2012. 02. 03
조회수 16186 추천수 0

 ‘달팽이 목사’ 김민수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10년 간 발로 찍어, 하늘의 영광-땅의 평화 주렁주렁

날마다 한 주제로 묵상, 꽃말도 곁들여 기도문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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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7월 7일치.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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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빼먹지 않고 하는 일 중에 생존을 위한 행위 말고 다른 의미가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밥 먹고 자고 내뱉는 신진대사의 과정은 논외로 친다면 그다지 대단한 명장면은 없을 것 같다. 독서, 운동, 크게 웃는 일, 남에게 덕담하기,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물 한잔 마시기, 잠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면서 성찰하기……. 이런 거 매일 지키는 사람 있으면 정말 존경할 만하다.

 (나는) 못한다. 그래서 연초가 되면 몇 가지 작심을 해보던 연례행사마저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중단해버렸다. 지키지 못할 결심은 하지 않는 게 더 정신건강에 편하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요약하면 ‘돈과 시간의  문제…'" 라고 핑계를 댈라치면 “그게 아니고 ‘의지의 문제’”라고 주변에서 핀잔을 준다. 맞는 말이다. 돈과 시간이 그다지 들지 않는 일조차도 우리는, 아니 나는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 하늘을 보는 것조차도 쉽지 않으니 하루에 한 줄 책을 읽는 것은 꿈에도 못 꿀 일이다.

 

 하루에 한 컷, 어지간한 정성 아니면 불가능한 대장정

 

 연초에 사진마을 포토워크숍 코너의 회원들 몇 분께서 하루 한 장씩 사진마을에 사진을 올려보겠노라고 했을 때 진심으로 격려하고 싶어 성공하시면 좋은 선물을 드리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무려 한 달이나 그 결심을 지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루에 한kms1111.jpg 번이라도 셔터를 누르는 일, 찍은 사진을 고르는 일, 그리고 그 사진을 다시 사진마을 사이트에 올리는 일은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대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날 찍은 사진이 아니고 예전에 찍어둔 사진일지언정 매일 올리는 것 자체가 큰일이다.

 
 
  묵상집 한 권을 소개한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만우와 장공 출판. 책 구입 바로가기       
 
 

 한국기독교 장로회 총회교육원 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민수목사가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을 엮어 만든 책이다. 그는 ‘달팽이 목사’ 혹은 ‘들꽃 목사’로 알려져 있다. 별명을 보면 대충 감이 잡힌다. 1995년에 목사 안수를 받은 김목사는 제주 종달교회에 근무하는 기회를 받았고 어느 봄날 새벽예배를 마치고 산책을 하다가 노랗게 피어난 양지꽃을 만나면서 ‘꽃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책엔 날마다 보고 묵상할 수 있도록 하루 하나씩, 365 가지의 풀꽃이 실려 있다. 꽃 사진 아래에 짧은 성경 구절이 들어있고 저자의 코멘트가 따라오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코멘트라고 얼버무린 것은 형식을 고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두었기 때문이다. 성경구절에 대한 개인적인 주해를 달기도 하고 단상을 쓰기도 하고 시를 쓰기도 하고 꽃과 꽃말에 대한 유래, 옛이야기 등을 주섬주섬 챙겨서 넣기도 했다. 맨 아래에는 오늘의 기도문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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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예를 들어 이 글을 쓰는 오늘(2월 3일)의 꽃은 ‘냉이’다.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_ 냉이 라는 주제목이 있고 아래에 냉이꽃 사진이 있다. 그 아래엔 성경구절.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고린도후서 2:15-16).”
 
 김목사의 코멘트가 따른다.
 “꽃보다 향기가 좋은 꽃, 꽃 한 송이는 작아서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그 작은 꽃들이 수백만 송이 모여 꽃밭을 이룹니다(하략).”
 
 2월 3일의 기도.
 “주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내를 더 향기롭게 가꾸게 하옵소서. 아멘”

 

 

  
 


 

 “하나님께서 내게 선물로 주신 도서관이요, 박물관이요, 보물상자”

 

 머리말에서 김목사는 이렇게 썼다.
 “그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준비하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자연은 하나님께서 내게 선물로 주신 도서관이요, 박물관이요, 보물상자였습니다. 그동안 만난 꽃 중에서 풀꽃만 따로 골랐습니다. 나무꽃이라고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산수국, 인동초)은 다른 풀꽃을 제치고 이 책에 들어와 있습니다. 날마다 꽃을 보고 묵상할 수 있도록 365가지의 풀꽃을 선별했으며 촬영날짜를 우선으로 배치하고 촬영날짜가 같으면 이름순으로 순서를 정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꽃들은 제주도에서 5년, 육지에서 5년 동안 담은 풀꽃 중에서 선별했습니다.
 들꽃을 통해서 힘을 얻고 위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2011년 삼색병꽃나무에 꽃피던 날
 김민수 목사 드림”
 
 책을 만드는데 몹시도 품이 들었을 것이다. 열심히 찍기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무슨 꽃인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기본적인 분류학은 공부해야 한다. 사진만 가지고 꽃의 종류를 가려내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한번이라도 자신이 찍은 꽃을 식물도감에서 찾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그래서 도감에선 꽃 사진에 의존하기보다는 꽃잎의 숫자, 형태, 구조, 개화시기 등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좋은 도감은 사진이 아닌 세밀화를 바탕으로 삼는다. 꽃의 색과 모양은 지역별로 다를 수 있고 꽃이 핀 그해의 기후환경에 따라 크기가 들쭉날쭉하기도 한다.

 꽃과 어울리는 성경구절을 찾는 것, 그리고 꽃말에 얽힌 이야기를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사진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김목사의 사진 이력은 사진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사진마을의 이곳저곳에 김목사가 올린 사진이 많이 있다. 검색해보면 금방 그의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사진 잘 찍는” 분이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워 심장병어린이들 돕기 위한 개인전을 연 적이 있다.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비주얼 에세이집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희망 우체통>, 자연산문집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등의 저서가 있다.

 

 기쁨, 행복, 따뜻함, 설렘, 그리움, 추억…, 마음의 꽃도 활짝
 
  하루에 한쪽을 본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부터 생각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다행히 이 묵상집은 연도 표기도 없고 2월은 29일까지 있다. 그러므로 유통기한이 따로 없다. 생각날 때마다 그날의 꽃을 열어보면 되겠다. 날마다 뭘 한다고 약속할 필요가 없다. 올해에 다 못 보면 내년에 보고 또 그 다음해에 보면 된다. 그러다가 한 삼 년 지나면 처음에 본 꽃을 잊어버릴 것 같으니 더 좋다 싶다. 늘 새 책을 보는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니 뭐 어떠랴. 어차피 꽃은 볼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이다. 그런 대목에서 보면 책값이란 것은 가치에 비해 정말 싸다.
 
 꽃을 보거나 하늘을 보거나 혹은 길가의 돌을 보는 것이 모두 같은 이치다. 꽃, 하늘, 돌을 보고 묵상을 하거나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도 매한가지다. 혹시 그냥 보기만 한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묵상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매일 한 번씩 꽃을 보고 “멍 때리기만 해도” 좋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영화 <동막골 사람들>에서 귀에 들꽃을 꽂고 다니던 시골 소녀 여일이가 떠오른다. 책의 저자에겐 들꽃 속에 하나님이 계셨다. 책을 보는 독자마다 들꽃 속에서 기쁨, 행복, 따뜻함, 설렘, 그리움, 추억 등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그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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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8월 21일치,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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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별꽃/1월 2일치,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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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엉겅퀴/11월 18일, 352쪽. '곤드레나물이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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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11월 19일치, 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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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풀/10월 6일치, 308쪽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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