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서울 제대로 온 폭설, ‘나는 눈이다’

곽윤섭 2012. 02. 01
조회수 21590 추천수 1

   [사진 뒤집어보기] 서울 대설주의보

 이대, 명동, 세종로, 강변북로…, 어디가 최고?
 속도. 빛, 배경, 플래시, 초점거리 따라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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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지막날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의 앱으로 기상예보를 봤다. 서울에도 눈 소식이 있었다. 예상강설량 1cm. 이 정도라면 그냥 가볍게 싸락눈 정도가 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수준이다. 그런데 회사에 도착해 앉아있으니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1cm는 더 올 것 같았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결과적으로 서울엔 6.2cm의 눈이 내렸다. 밤이 되면서 차가워진 날씨와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더욱 내려갔고 실제 강설량보다 훨씬 많은 눈이 내린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이런 날이면 당연히 사진기를 들고 거리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기자들이다.
 
 2월 1일 아침 신문을 살펴봤다. 대부분이 눈 사진으로 1면을 장식했다. 내가 본 여덟 곳의 신문은 모두 서울지역에 내린 눈을 찍었다. 어제 눈은 서울 외에도 경기, 충남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내렸고 서울에 가장 눈이 많이 내린 것은 아니지만 상징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서울사진을 쓰는 것은 보편적인 뉴스집행관행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서울에도 제법 눈이 많이 왔고 다른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와서 대형 재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서울 아닌 다른 지역에 내려갈 일이 없으므로 서울 사진을 쓴다.
 
 사진기자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황사가 몰려오면 늘 조바심이 난다. 하다못해 눈비가 오지 않고 아주 날씨가 맑아도 사진을 찍을 일이 생긴다. 남산전망대에 오르면 인천 앞바다까지 보인다거나 도라산 전망대에 올라가면 북녘의 개성까지 보인다는 쾌청일 스케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적당한 날이 가장 편한 날이다. 그러다 보면 봄이 오고 꽃이 피면 또 사진취재일거리가 늘어나므로 사실상 일 년 365일 하루라도 맘이 놓이는 날은 없다고 보는 게 가장 속 편하다.
 
 여덟 군데의 신문 중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린 것처럼 보인 것은 어느 신문인지를 묻자는 것이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다. 모두 서울의 사진이긴 하지만 시간대별로 다르고 동네별로 다르므로 모든 사진의 눈이 똑같은 정도로 찍힐 수가 없다는 것은 대충 이해가 된다. 그렇다 해도 사진마다 신문사마다 동네마다 눈이 내리는 품새가 현격하게 다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사진을 조금 공부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셔터속도와 빛의 방향, 배경의 색, 그리고 플래시 정도를 알고 있으면 눈 사진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거기에 렌즈의 초점거리까지 말하면 머리 아프다고 할 것 같다. 간단하다. 망원으로 당기면 커지고 광각으로 밀면 작아진다. 그런데 망원렌즈로 찍으면서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먼 곳을 멀게” 찍으면 그렇게 커지지 않는다.
 
 종합해보면 1월 31일 서울에선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의 눈이 최고였다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한다. 배우 김혜수가 영화 ‘타짜’에서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하듯 설마 눈도 이화여대 눈이 최고? 한국일보는 밤에 강변북로에서 찍었다. 원근감을 고려한다고 해도 강변북로엔 바윗덩어리만 한 눈이 내렸나 보다.


 경향신문: 이화여대와 비교적 가까운 곳인 신촌 연세대 앞이다. 정말 고운 눈이 내렸다. 방앗간에서 빻은 쌀가루 같은 눈이다.
 서울신문: 서울 명동길이다. 연세대 앞보다는 조금 눈발이 굵다. 그렇지만 위협적인 눈은 아니다.
 한겨레: 세종로의 눈이다. 눈발은 그리 굵지 않고 길지도 않지 사방팔방으로 눈이 튄다.
 동아, 국민, 조선: 대체로 새우깡 정도 크기와 길이의 눈이 내렸다. 동아와 조선은 명동이며 국민일보는 강남역이다.
 중앙: 압권이다. 국숫발 뽑아내듯 장대처럼(이건 비에 해당하는 표현인데...) 눈이 내린다. 눈은 이화여대가 최고다?
 
 눈 사진 상식


 1. 셔터속도가 핵심이다. 렌즈의 초점거리(망원인지 광각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1/250초 정도의 셔터속도에선 눈이 아무리 펑펑 내려도 크게 찍히기 어렵다. 실제 눈을 손바닥에 받아보면 굉장히 작다. 빠른 셔터에선 눈이 크게 찍히지 않는다. 중앙과 동아, 국민 등의 사진은 셔터속도를 느리게 했기 때문에 떨어지는 눈의 궤적이 길게 보였을 뿐이다. 중앙은 1/15초 안팎이 아닐까 싶다. 더 느린 셔터에선? 눈처럼 보이질 않게 된다.
 2. 검은 배경에서 눈이 잘 보인다. 위의 신문들 중에서 배경이나 옷차림이 검은 쪽에 내리는 눈이 더 뚜렷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국민일보의 사진에선 눈이 사람만 가려서 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 조명의 방향. 중앙일보(연합뉴스가 제공한)의 사진은 셔터속도가 느린 것에 더해서 무엇인가 외부에서 들어온 조명의 영향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눈이 반사를 일으켜 더 하얗게 보인다.
 4. 플래시. 한국일보의 밤 사진은 플래시 때문에 눈이 반사를 일으켜 크게 보인다. 자세히 보면 사진기(플래시와 렌즈)에 가까운 눈은 크게, 멀리 있는 눈은 작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분들은 어떤 눈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듭니까?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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